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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높아지는 낙태죄 폐지 목소리

시민사회 인권단체들이 임신을 중지한 여성과 수술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 폐지를 촉구하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21개 단체가 꾸린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낙태죄 존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며 형법상 낙태죄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 장면을 연출했다.행사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해 열렸다.

현행 형볍 269조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70조는 "의사 등이 부녀 촉탁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했다.

이들은 낙태죄가 제정 때부터 사문화됐으며 정부가 여성의 몸과 성,행위를 강제 규율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1960년대엔 인구증가를 억제하려고 국가가 나서서 낙태버스(정부 주도로 운영한 버스로 농촌지역을 중심을 돌며 인공임신중절 수술 제공)를 돌렸다가 저출산이 문제가 되니 낙태죄를 꺼내들었다.여성을 인구조절의 도구로 쓰는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임신중지가 범죄인 결과 임신중지 관련 보건의료 정책이 통째로 비어 있다.한 해에 임신중지가 몇 건 일어나는지 통계조차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이 남성이 여성을 협박하는 도구로 이용된다고도 했다.한국여성미우회 활동가 노새는 관련 상담 사례를 소개하며 "폭력으로 파혼을 자처한 남성이 결혼준비비용을 돌려받으려고 소송을 걸고,불리해지자 낙태죄로 고소했다.중절수술 의료기록을 가지고 협박하며 스토킹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그러면서 "낙태죄가 여성만을 처벌하고,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피임실패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짚었다.


낙태죄는 지난 2012년 한차례 합헌 결정이 났다.4대 4로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달하지 않았다.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6년이 지난 현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2012년 결정에 참여한 재판관들은 퇴임했다.

9명의 현직 재판관 가운데 2명이 낙태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유남석 헌재소장은 후보 시절"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 초기 중절을 의사나 전문가 상담을 거쳐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입법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은애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게 아니가 생각한다"고 했다.이석태,이선애 재판관은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서기석,조용호,김기영,이종석 재판관은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심판 공개변론을 열었다.그 뒤 헌재가 5명의 재판관 퇴임 시점인 지난 9월 결론을 내리라는 관측이 컸지만 결저잉 미뤄졌다.


정치권 움지기임도 다르다.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3만여명이 낙태죄 폐지에 서명하자 조국 미정수석은 "이제는 태아 대 여성의 대립 구도를 넘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여성가족부는 "낙태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한변 법무부는 지난 5월 공개변론에서 임신중절을 하려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사람으로 적어 논란이 됐다.

공동행동은 이날 현직 헌법재판관이 전원합의로 낙태죄 위헌 결정하는 장면을 퍼포먼스로 연출했다.이들은 "여성들은 검은 시위와 청와애 청원,공동행동 등으로 십수년 간 요구해왔으나 정치는 무응답"이라며 "헌법재판소는 하루 빨리 위헌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다음날인 29일부터 내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까지 100일 동안 낙태죄 폐지 촉구 1인시위를 진행한다.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뒤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지를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전달했다.서명에는 시민 10459명이 참여했다.